배달된 족발에서 쥐가 나온 사건을 보면서 (배달업의 근본적 리스크)
배달된 족발에서 쥐가 나왔다고 합니다. 저도 믿을 수 없었지만 기사를 보니 진짜였습니다. 쥐가 음식에 들어갈 정도면 말 다 했습니다. 해당 가게는 평소에 위생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봐도 됩니다. 게다가 음식에 쥐가 있으면 알아챌 법도 한데, 그것조차 필터링을 못하고 고객에게 배달이 되었습니다.
고객의 자작극일 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MBC가 해당 업체에 촬영을 나갔습니다. 촬영 중에도 가게에 쥐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바퀴와 쥐는 눈에 보이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바퀴가 눈에 보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바퀴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저의 오랜 망상 중 하나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바로 배달음식점에 대한 위생 리스크입니다. 사람들이 직접 가서 먹는 가게도 위생 관리가 안되는 곳이 많습니다. 하물며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더 위험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가게는 위생 관리를 잘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일전의 어떤 실험 카메라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화장실에 혼자만 있는 경우에는 손을 씻는 비율이 5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손을 씻는 비율이 90%가 넘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또 무서워하며 살아간다. Unsplash @curology |
아무래도 음식을 보관, 조리하는 과정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점점 소홀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식을 조리하다가 땅에 떨어지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음식에 넣어서 조리를 한다던가 하는 식이죠. 그게 인간 본성에 가깝습니다. 내 자식에게 먹이는 것이 아닌 이상 귀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내 자식도 귀찮은데 말입니다. 음식을 많이 팔아서 매출만 올리면 되지 위생에 크게 신경을 쓸 니즈는 매우 약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배달원이 치킨을 빼 먹은 사건이 큰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배달원이 음식을 빼 먹거나, 음식에 해코지를 하는 경우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심심치 않게 고발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음식물 포장에 봉인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랐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불안감 증폭은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조리, 포장하거나 식재료를 보관하는 과정에서의 비위생적인 행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 부분은 근본적으로 틀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식재료를 사와서 보관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꺼내서 조리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포장하는 과정 등 전과정을 CCTV로 녹화해서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이 CCTV를 공유할 이유가 없는데다, 누가 음식을 사 먹을지 알고 전 과정을 CCTV로 실시간 공유하기도 힘들 뿐 더러, 실시간이 아니면 영상 조작의 가능성이 있고, 또 끝으로 음식점 사장님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뒤따릅니다.
현실적으로 음식에 대한 위생은 전적으로 업주들께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소비자는 그것을 믿고 주문해야 하는 것이구요. 아까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양심껏 위생관리를 잘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비양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제가 늘 망상했던대로 실제로 이런일이 터졌습니다. 언젠가는 털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일로 음식배달 산업 자체가 꺾이거나 붕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음식에 쥐가 나온 것을 전국민이 목격한 이상,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서 찝찝한 기분을 앞으로는 더욱 지울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 어린이집에 대한 저의 생각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집 비즈니스 모델은 어린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린이집에 CCTV를 달기로 했고 전국의 어린이집에는 CCTV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근본적인 리스크를 없애주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어린이집 소속의 많은 어린이들은 학대를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좋아해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어린이집 역시 수익사업체입니다. 자기 자식은 예쁠지라도 남의 자식을 예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말을 못하는 아이들도 많으니, 아이가 얄밉게 보이면 얼마든지 나쁜짓을 할 수 있습니다.
배달음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자식이 먹는 음식이라면 정성껏 만들것입니다. 그러나 남이 먹는 음식에 위생을 얼마나 신경쓸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Q(판매량)를 늘려서 매출만 올리면 그만일테니까요. 배달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 것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이런 위생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좋은 방법을 고안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는 배달음식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2020년 12월 2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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