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받이가 된 가치투자
정보전달용 블로깅에는 책임감을 가지자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이야기와 정보들이 몰려듭니다. 각계 각층의 지인과 친구들이 수 많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이는 단톡방에서의 이야기도 있고 저에게 직접 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에게 직접 오는 이야기는 가급적 다 읽어보고 즉각 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분들께는 늘 감사합니다. 그러나 영양가가 없거나 쓰레기 같은 내용도 너무 많습니다. 그런 건 앞으로 url에 있는 네이버 블로그 id를 키워드로 만들어서 필터링을 하던가 해야겠습니다.
방금도 투자자 동생이 링크 하나를 줘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평소에 제가 생각하는 별 영양가 없는 블로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끄려고 했는데, 스치듯 보니 가치투자에 대한 근거없는 조롱이 담긴 내용인 것 같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자기들 블로그에 쓰는 내용이야 블로그 주인 마음입니다. 그래서 거기서 직접 반론을 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에 반론을 남겨둡니다. 자칫하면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잘못된 오해를 심어주겠다 싶어서입니다. 아무리 블로그가 개인의 감정 배설구라지만 불특정 다수가 보는 만큼 일정 부분의 책임감은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투자에는 답이 없다
투자에는 답이 없습니다. 이건 제가 10년도 넘게 해오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온라인에서도 이 블로그는 물론이고, 유튜브에서도 심심하면 하는 이야기입니다.
초단타, 단타, 중타, 스윙, 장기투자,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따먹는 투자, 성장에 몸을 싣는 투자, 모멘텀 투자, 가치투자, 여러가지 방법을 섞은 혼종투자 등. 어떤 방법으로 투자하더라도 그것을 다듬어서 자신의 방법으로 만들면 됩니다. 모든 방법을 존중합니다.
아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많은 가치투자자들께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절대 '가치투자만 답이야', '다른 방법은 쓰레기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치투자자들은 '교조적'이라느니, 가치투자자들은 '가치투자만 답이라고 생각한다'느니 하는 말은 현실을 왜곡한 악의적 발언입니다.
멋있으려고 가치투자한다?
가치투자자들은 '멋있게 보이려고' 자신을 가치투자자로 '포장'한다라는 문구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투자를 멋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나 싶습니다. 투자든 트레이딩이든 어떤 사람이 특정한 철학과 방법론을 찾아가면서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과정은 정치 성향을 함양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제 경우에는 어릴적부터 '궁극의 힘'이 무엇인가? 그런 것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주에 푹 빠졌던 적도 있고, 국가 이념이나 동서양 철학과 컴퓨터 사이언스에 빠졌던 적도 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릴적 주식투자를 시작 하면서 하나씩 궁극적인 질문들을 던져보았습니다. 주린이들은 차트에 가장 먼저 접근하지 않나요? 주린이 시절의 저 역시 그랬습니다.
'차트는 누가 그리는거지?' -> '차트는 어떻게 그려지는거지?' -> '시세는 왜 생기는거지?' -> '왜 누구는 팔고 누구는 사지?' ... 이런식으로 파고 들어가다보니 투자하려는 대상의 근본은 기업이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가치투자자가 되어갔습니다.
가치투자만이 근본이라거나 궁극의 투자법이라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투자자들의 사고방식에 따라서 자신만의 궁극적인 질문을 좇아가다 보면 누군가는 데이트레이더가 되고, 누군가는 가치투자자가 되고, 누군가는 추세추종가가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답은 없습니다.
다만, 저만의 방법을 찾다보니 제 사고방식에도 잘 맞고 제 몸에도 잘 맞는 투자방법이 가치투자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멋있으려고 한다는 비난과 조롱을 보니 기분이 얼떨떨했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투자자나 트레이더 분들이라도 멋있으려고 그 방법을 쓰는 분은 안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돈 벌려고 찾은 길이지.
가치투자자가 게으르다?
'게으른 가치투자자보다 부지런히 새로운 뉴스를 계속 찾아서 사고파는 트레이더가 낫다'. 이 문장을 보고 뒷골이 띵 했습니다. 이 문장 하나에도 엄청나게 많은 어폐가 들어 있습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누가 더 낫다' 이런 사고 방식은 하루빨리 버려야 됩니다.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들은 게으르지 않습니다.
시간만 되면 무언가 읽고 있고, 쓰고 있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딩에 쓰는 시간이 적다고 해서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저 문장은 마치 트레이딩을 많이 해야 부지런하고, 리서치를 많이 하는 것은 게으르다고 해석될 소지도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꽤나 부지런한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손가락 까닥까딱해서 뉴스 퍼다 나르고 매수매도 버튼을 많이 눌러야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지금도 가치투자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방대한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쓰고 있으며, 기업을 분석하고 있을것입니다. 투자 뿐 아니라 하루의 일상도 알차게 잘 쓰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며 신문도 부지런히 읽고 있는데, 왜 가치투자자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게다가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가치투자자들도 많은데요.
누구 마음대로 가치투자자를 게으르다고 재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 문장에서 하나의 어폐를 또 찾아냈습니다. 그의 블로그를 좀 훑어보니 평소 자신이 자본가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많은 직장인들에게 '넌 노예'라는 식으로 채찍질을 하고 있는데요.
전업투자를 한 10년 이상하고 자본이 1,000억 이상 있는 분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 블로그 주인장 논리라면 '부지런히 새로운 뉴스를 찾고, 그것에 따라서 부지런히 매매하는 것'은 트레이딩이지 투자가 아닙니다.
트레이딩과 투자의 차이를 모르지는 않을텐데 블로그에 '투자자'라고 써 두었습니다. 이것은 '트레이더'라고 쓰기 부끄러워서일까요? 아니면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일까요? 보통 사람이 남을 비판하는 잣대는 자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트레이더도 투자자도 모두 멋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더 우월하지도 않습니다. 저라면 블로그 타이틀을 '투자자 송종식'이 아니라 '트레이더 송종식'이라는 식으로 바꾸겠습니다. 멋있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면요.
그리고 새로운 뉴스를 찾아서 매매를 계속 하는 것은 진정한 자본가가 아닙니다. 제가 수년 전 부터 늘 말씀드리지만 일단 트레이딩을 많이 하면 엄밀하게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것이 아니죠. 그냥 월급쟁이에서 방구석 주식 매매 노동자로 전장이 바뀐 것일 뿐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 매일 새로운 뉴스를 찾아다니고 그것을 토대로 부지런히 매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가 상충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세상에 유익한 벼가 되자 |
사기를 안 치고 자기 갈길 가면 된다?
이 말 자체는 맞습니다. 절대 동의합니다.
저는 투자자가 자신의 계좌를 오픈하는 것을 별로 안 좋게 생각합니다. 계좌를 오픈하는 순간 편견이 생깁니다. 그리고 또 계좌를 오픈하는 것은 오픈하는 측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도는 대부분 책 장사, 강의 장사, 유사투자자문업, 리딩 등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익명으로 오픈하거나, 취미로 오픈하거나, 인정받으려는 욕구 때문에 그렇게 하는 분들까지 싸잡아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그런것을 하지 않을 요량이면 계좌 공개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득이 1개면 실은 99개쯤 됩니다. 만약 공개된 곳에 계좌를 공개했는데 주변에서 내 계좌 규모를 안다고 생각해보세요.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나 앞서 나열한대로 유료강의, 리딩, 책 장사 등을 하려면 계좌를 오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10년간의 연평균 수익률이라도 공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수의 반열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계좌를 안 까도 됩니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 상대의 내공을 압니다. 그러나 주식 유료 강의의 수요자들은 입문자들이 많습니다. 유료 주식 강의를 듣는 입문자들은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최소한의 장치로 장기간의 연평균 수익률이라도 공개하자는 것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사람들을 상대로 회비를 받아내고 강의를 팔고, 시간을 뺐을 거라면 확실히 계좌를 까고 가는게 맞고, 그게 아니라면 절대로 계좌를 안 까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사기꾼들은 달리 사기꾼이 아닙니다. 꼭 애매하게 특정 기간 동안 번 것만 캡처를 한다든지, 특정 종목으로 수익 낸 것만 언급을 한다던지, 자신이 틀린 이야기를 했던 것은 감추거나 지워버린다든지, 차트가 최고 꼭지에 있을 때 그걸 캡처해서 '내말 맞지?'를 한다던지, 특정 매매 내역만 캡처를 하거나 포토샵을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자꾸 '부분적으로만' 뭘 보여주려고 합니다.
차라리 계좌를 깔거면 시원하게 까든지, 까지 않을거면 아예 까지를 말든지요.
그렇게 '부분적으로' 힐끔힐끔 보여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수 코스프레'를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유인해서 유료로 강의를 팔거나 책을 씁니다. 아니면 리딩을 하겠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딩장사를 하든, 강의를 팔든 그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컨텐츠와 지식 판매도 아주 훌륭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현금흐름을 만들면서 투자까지 한다면 멘탈을 챙기기에도 더 좋겠죠. 그러나 일부 몇몇 분들께는 좀 솔직해지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향한 그런 일련의 가스라이팅들이 다 사기입니다.
가치투자자 스타일도 다양하다
가치투자자들도 투자 스타일이 다양합니다. 같은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그 기업의 가치를 다 달리 봅니다. 또, 신성장 산업에 있는 성장 기업에 주력하는 가치투자자가 있는가 하면,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에 주력하는 가치투자자도 있습니다. 가치투자 베이스로 여러가지 방법을 다 구사하는 혼종형 투자자도 있습니다.
일례로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필립피셔, 그레이엄, 모니시파브라이, 존 템플턴, 피터린치, 데이비드 드레먼, 찰리 멍거와 버핏같은 대가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를 구현하는 방법은 무한하다는 것을요.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가치투자'라는 말 자체가 그래서 필요없는 말일 수는 있습니다. 미래에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모두 가치투자이며, 가치투자는 투자인것이죠. 다만, 아주 심오한 면을 파고 들어가면 '가치투자'의 영역이 일부 존재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치투자'라는 단어의 존속이 필요하다고 여겨서 저는 가치투자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는 역사가 있는 철학
새로운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강세장이 연출되면 가치투자자들은 언제나 욕받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선두에 있는 워런버핏은 강세장 때 마다 조롱을 당하며 살아 온 인생입니다. 이번 상승 싸이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버핏 뿐 아니라 가치투자 철학 자체가 공격 당하며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가치투자자들을 보면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태도로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세상은 정반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센티멘트는 언제나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무게감 있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뜨내기입니다. 다음 싸이클 때 보면 사람이 또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뜨내기들이 가치투자를 공격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몇가지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 반박을 해보겠습니다.
"장기투자만이 답은 아니야"
맞습니다. 투자 기간을 단축 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왕이면 사자마자 가격이 가치를 찾아가서 빨리 엑시트하고, 이렇게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니 그런 트레이딩 측면에서 본다면 장기투자만이 답은 아니라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마켓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가치투자는 장기투자가 아닌데, 아직도 이것을 동일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PER, 저PBR 시대는 죽었어"
저PER, 저PBR 상태는 '인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미래의 주식시장을 100년쯤 미리 다녀온 것이 아니라면 저런 이야기는 함부로 하면 안됩니다. 죽었던 저PER, 저PBR 종목들이 살아나서 미친듯이 양봉을 뽑아내면 어떻게 하려고요. 죽었던 저PER, 저PBR 기업들이 혈기왕성하게 살아난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시장의 상태는 어떤 한가지 상태로만 머물지 않고 계속 변합니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들의 또 오해가 있는 것이, 가치투자를 단순히 저per, 저pbr 종목에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가치투자는 아래로는 다양한 스킬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로는 심오한 철학체계이며 철학 덩어리입니다. 그 세계는 심플하지만 복잡하고, 넓고 깊습니다. 저도 가치투자자라고 주장하고 다니지만 가치투자의 심오한 세계에 대해서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치투자는 역사가 오래된 철학입니다. 그 틀 안에서 많은 현자와 성공한 투자자들이 나왔습니다. 그것을 일개 개인투자자가 재단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부끄러웠습니다. 잘 모르면 용감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은 한 점 틀림이 없습니다. 잘 모르면서 막말하며 다니는 저런 분들은 나중에 이불킥은 안 하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도 아직 한참 배워야 하는 모자란 투자자입니다. 저 역시 뭘 대단히 잘 하거나 많이 안다고 쓴 글은 아님을 뒤늦게 말씀드립니다. 다만, 누군가들이 소중히 여기는 투자관에 대해서 재단을 당하면 비수가 가슴에 꽂히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는 것을 미천한 글로나마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남깁니다.
2020년 12월 10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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